[특파원 칼럼] 위워크가 몰락한 진짜 이유

입력 2023-11-13 18:05   수정 2023-11-14 00:37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을 위아래로 가로지르는 5번가와 6번가를 따라 센트럴파크에서 로어맨해튼으로 걸어가다 보면 곳곳의 마천루마다 눈에 띄는 간판이 하나씩 걸려 있다. 바로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다. 뉴욕의 가장 중심부인 만큼 위워크가 얼마나 많은 임차료를 냈을지 가늠되는 장면이다.

한때 470억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로 세계 투자자의 주목을 받던 위워크가 지난주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위워크의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됐다. 위워크는 공간을 빌려 스타트업 등에 공유 사무실로 재임대하는 사업을 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자 타격을 받았다.
방만 경영에 팬데믹까지
사실 위워크는 그전부터 위태로웠다. 창업자 애덤 노이먼은 화려한 언변으로 전 세계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투자금이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데 충분히 쓰였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2019년 여름 노이먼은 친구들과 개인 제트기를 빌려 타고 이스라엘로 향하는 길에 대마초를 피웠다. 승무원이 시리얼 상자 안에 가득 담긴 대마초를 발견하면서 노이먼은 돌아오는 다른 비행편을 알아봐야 했다. 다른 개인 제트기는 노이먼이 떠난 뒤 구토물로 범벅이 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술과 마약의 흔적으로 짐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모래성과 같은 위워크의 이면은 2019년 첫 기업공개(IPO) 시도에서 드러났다. 당시 상장서류 제출 후 사업모델의 수익성, 기업 지배구조, 회계처리 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며 470억달러로 평가됐던 회사의 가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0억달러까지 급락했다. 위워크는 상장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위워크의 핵심 가치가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노이먼은 위워크를 각기 다른 기업들이 모여 상호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우편과 청소 등에 필요한 고정비는 위워크에 내는 임대료로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위워크 수익 사업의 핵심은 임대료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경기 불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무실에 대한 인식 변화 놓쳐
위워크의 가장 큰 패착은 MZ(밀레니얼+Z)세대의 업무 공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놓쳤다는 점이다. 위워크는 신세대 근로자들이 과거처럼 고층 빌딩의 멋진 사무 공간을 갖고 싶어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젊은 세대는 오래전부터 사무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는데, 팬데믹으로 그런 흐름이 가속화됐다. 단순한 카페에서 업무공간으로 영역을 넓힌 스타벅스의 성공을 봐도 알 수 있다.

생존을 위해 기업의 핵심 가치를 변화시킨 예는 이외에도 적지 않다. 한때 최강 전자기업이었던 소니는 게임과 영화,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 2022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DVD 대여업체였던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사업에 콘텐츠 제작까지 하면서 세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로 거듭났다.

위워크가 코로나19라는 엄청난 위기를 겪으며 경영난에 빠진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워크가 몰락한 진짜 원인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변화하지 않은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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